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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손해배상/사해행위취소소송

임대인의 임대차계약 체결이 사해행위인 경우 임차인의 악의 추정은 쉽게 번복되지 않는다

법원판단

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아파트의 시가, 이 사건 각 근저당권등기의 채권최고액 합계,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마쳐진 가압류기입등기의 청구채권액,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이 사건 경매절차가 진행된 점, 소외 X는 이 사건 아파트 이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보면 소외 C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무자력이라 할 것인바, 무자력인 소외 C가 피고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원고 등 소외 C에 대한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 부족을 가져오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와 소외 C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고 등 소외 C에 대한 일반채권자를 해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채무자인 소외 C의 사해의사가 인정되는 이상 피고의 악의는 추정된다 할 것이다.

나. 주택 임대차보호법 제8조의 요건을 갖춘 임차인에 대하여는 선행의 담보권자 등에 우선하여 소액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법조 소정의 임차권을 취득하는 자는 자신의 보증금회수에 관하여 상당한 신뢰를 하게 되고, 따라서 임대인의 채무초과상태 여부를 비롯하여 자신의 임대차계약이 사해행위가 되는지 통상적인 거래 때보다는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이나, 그렇다고 하여 수익자인 임차인의 악의 추정을 쉽게 번복할 것은 아니고 실제로 보증금이 지급되었는지, 그 보증금의 액수는 적정한지, 등기부상 다수 권리제한관계가 있어서 임대인의 채무초과상태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데도 굳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사정이 있었는지, 임대인과 친인척관계 등 특별한 관계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을 통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 피고의 아들 2명도 X아파트에 전입신고를 마친 사실, 피고는 X아파트와 관련한 관리비, 가스요금 등 공과금을 납부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에 피고가 주장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거나 피고가 선의의 수익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보증금 중 금 2,000,000원은 2011. 8. 18.에 현금으로, 나머지 18,000,000원은 2011. 9. 15.에 수표와 현금으로 C에게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2011. 8. 18.에 지급하였다는 현금의 출처를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점, ②2011. 9. 15. 피고 명의 계좌에서 금 18,000,000원이 수표와 현금으로 인출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G가 피고에게 송금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피고는 소외 G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빌린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임대차보증금을 빌려 줄 필요가 있는지 의심인 점, ④만약 G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빌린 것이라면 이후 이를 변제하였어야 할 것인데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⑤피고와 G사이에 일부 금융거래가 있었고 G가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전화요금이 피고 명의 계좌에서 이체된 적이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와 G 사이에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점, ⑥금융거래가 발달되어 있음에도 금 17,000,000원에 상당하는 금원을 수표로 지급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인 점, ⑦2011. 9. 15.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잔금 지급일인 2011. 9. 7.로부터 일주일이나 지난 후이고, 이 사건 경매절차가 개시되기 하루 전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소외 C 명의의 영수증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명의 계좌에서 인출된 금원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보증금으로 지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마.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월차임을 수회에 걸쳐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2011. 11. 10. 금 600,000원을 소외 C의 배우자인 소외 H에게 송금한 이외에 원고가 월차임을 지급하였음을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는 없는 점, ②최초의 월차임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고, 피고가 이 사건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마친 이후 두 달이 지나서야 지급된 점, ③피고는 2011. 4. 말경에 소외 C가 알려준 계좌로 추가로 월 차임을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을 제6호증을 제출하였는바, 수취인은 소외 I인데, 주식회사 K은행의 금융정보제출명령 결과에 따르면 피고와 소외 I 사이에 수 회 금융거래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 2011. 4. 30. 소외 I에게 송금한 금원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월 차임인지 의심되는 점, ④만약 월 차임이라면 피고와 평소 금융거래가 있는 소외 I에게 소외 C가 월 차임을 보내라고 한 것에 비추어 피고와 소외 C도 평소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되고, 만약 월 차임이 아니라면 피고가 허위의 증거를 제출한 것이 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월 차임을 2012. 4.경까지 지급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를 믿기 어렵다.

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아파트의 시가,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의 채권최고액,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아파트에 가압류기입등기 등에 비추어 피고로서는 소외 C의 채무초과상태를 충분히 의심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2011. 9. 15.로부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 사건 경매절차가 개시되었는바,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소외 G로부터 금원을 빌려서까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사. 위와 같은 사정 및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2011. 9. 15. 이전에 이미 이 사건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마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실제로 이 사건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거주하였다 하더라도 피고는 임대차보증금 상당액을 배당받기 위하여 소외 C와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임차인과 같은 외관을 만든 가장임차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판례해설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에서 소액보증금 보호대상인 임차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설시하였으나, 본 대상판결은 그에 더하여 임차권 설정 행위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인 경우 소액임차인, 즉 수익자의 악의 추정에 있어 고려되는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즉 민법 제406조는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대상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일 것과 상대방인 수익자가 사해행위에 관하여 악의, 즉 사해행위임을 알고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법원은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사해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수익자의 악의가 추정된다고 보므로 수익자가 스스로 선의였음을 증명을 하지 않은 이상 해당 법률행위는 취소된다.

본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수익자의 악의 판단에 있어 몇 가지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증금 및 차임을 실제로 지급하였는지 여부 및 그 지급 시기, 임대인과 임차인 및 부동산 중개인과의 관계 등을 검토한 후 수익자의 악의 추정은 쉽게 번복되어서는 안된다고 확인하였던 것이다.

하급심 판결의 경우 수익자가 선의라고 보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자세히 설시하는 편이나 대상판결과 같이 수익자가 악의라고 판단하면서 사실관계를 이렇듯 상세하게 나열한 것은 드문 경우로서, 법원이 수익자의 악의를 판단할 때 어떠한 요소들을 고려하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참고판례에 해당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