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노조지부장 무죄 확정
보육교사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어린이집에 일방적으로 CCTV를 설치해 촬영하지 못하도록 조합원들인 보육교사들에게 CCTV에 봉지를 씌우도록 지시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던 노조지부장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법원에 따르면 대전의 모 복지센터 산하 공동직장보육시설 내 어린이집에서 2012년 5월 보육교사의 원아 체벌 사건이 발생해, 복지센터 소장은 피해 아동 부모들로부터 보육시설 및 놀이방 등에 CCTV를 설치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복지센터 소장은 노동조합에 CCTV설치에 대해 논의를 제안했으나, 노조는 단체교섭 사항이지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소장은 CCTV카메라 설치계획을 수립하고 어린이집을 방문해 보육교사들에게 동의를 요청했으나, 교사들은 반대했다. CCTV설치에 관해 노조와 합의가 진전되지 않자, 소장은 2012년 11월 10일 교사들이 출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육실을 비롯한 어린이집 내에 CCTV를 설치했다.
그러자 장OO 노조지부장은 CCTV설치가 단체협약 위반사항이라고 판단해 조합원들인 보육교사들에게 비닐봉지로 카메라 부분을 씌우도록 지시했다. 이에 소장은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비닐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으나, 노동조합에 소속된 어린이집 교사들은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CCTV설치 관련해 노조,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된 간담회가 개최됐다. 소장은 노조에 CCTV 설치 동의를 요청했으나, 노동조합은 불법적으로 설치된 CCTV를 즉각 철거해 줄 것을 회신했다.
노조지부장은 소장과 면담한 이후 조합원들인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CCTV에 씌워진 비닐봉지를 제거하도록 했다.
소장이 어린이집 보육실에 설치한 CCTV는 교사들이 출입하는 화장실 입구, 교사 개인 사무 공간, 심지어는 교사가 사용하는 컴퓨터 모니터 부분을 촬영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돼 있었고, 어린이집 교사들은 CCTV의 설치 방법, 장소, 기간 등에 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거나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CCTV 촬영에 노출돼 반발이 컸다.
노조지부장은 고용노동부 대전지방노동청에 소장이 단체협약을 위반해 CCTV를 설치했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2013년 4월 소장의 행위가 단체협약 제71조 위반으로 판단되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하는 조치를 했다.
그러자 복지센터 소장은 노조지부장을 비롯해 조합원들인 보육교사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1심인 대전지방법원은 2014년 7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장OO 노조지부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나머지 보육교사 9명에게는 각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보육교사들에 대해 “피고인들은 노동조합 집행부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고, 대다수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피고인들의 선처를 바라고 있고, 피고인들은 벌금형의 처벌을 받을 경우 어린이집 교사의 지위를 박탈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춰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며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노조지부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비록 초범이나 범행을 주도했고, 여전히 자신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재범의 우려가 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장OO 노조지부장이 항소했고, 항소심인 대전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용덕 부장판사)는 2014년 12월 유죄 판결을 1심을 뒤집고,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장OO 지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노조지부장으로서 CCTV가 단체협약에 위반된 상태로 설치돼 촬영이 시작되는 즉시 위법한 정보 수집이 이뤄진다고 판단하고, 어린이집 교사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CCTV에 비닐봉지를 씌운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고소인은 개인정보보보호법 및 단체협약 등에 위반해 기습적으로 CCTV를 설치한 것으로 단체협약에 따르면 CCTV는 즉시 철거돼야 할 것이나, 피고인은 고소인의 위법한 정보 수집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로서 CCTV에 비닐봉지를 씌워둔 정도에 불과해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영유아 보육법에 의하면 보육은 영유아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제공돼야 하지만, CCTV설치에 의해 교사들과 원아들이 하루종인 CCTV 촬영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바, CCTV를 설치를 통해 확보되는 영유아의 이익이 교사들이 CCTV의 설치목적, 방법, 장소, 사용기간 등에 대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촬영대상이 되지 않을 이익에 무조건 우선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CCTV설치에 관해 대전지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으나 대응하기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던 점, 고소인에게 CCTV설치는 노조와의 단체협약 사항임을 주지시켜왔던 점, 노조지부장으로서 조합원들이 고소인의 일방적인 CCTV 설치 행위에 의한 위법한 정보 수집을 감수하도록 할 수 없어, CCTV를 철거하도록 하기 전에 최소한의 대응행위로서 비닐봉지를 씌운 것으로 이후 고소인과의 면담을 통해 스스로 비닐봉지를 제거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의 보충성의 요건을 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2015도929)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동의 없이 설치된 CCTV가 촬영되지 못하게 봉지를 씌우도록 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장OO 노조지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해 정당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형사소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출 심한 여성 몰래 찍어도 전신이면 '무죄?' (0) | 2015.11.16 |
---|---|
다단계 범죄수익금 7억 은닉, 강태용 친인척 구속 (0) | 2015.11.16 |
부동산 실명제법 시행 20년…아직도 매년 수백명 처벌 (0) | 2015.07.01 |
입원보험금 사기 처벌은 (0) | 2015.03.16 |
학교 폭력과 사이버 폭력 대처 방안은? (1) | 2015.02.16 |